나는 어렸을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했듯, 자연과 동물을 좋아했었다. 비록 지금은 벌레에 대한 공포증이 생겼지만, 어렸을 때는 하루종일 벌레를 잡으러 돌아다닐만큼 마냥 좋아했었다. 이제 벌레는 싫어졌지만 동물은 여전히 좋아한다. 이 나이가 되서 아직까지 동물원을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난 여전히 동물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최근에 동물 및 진화에 대한 책들을 좀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서 내가 알게된 좀 신기한 사실들을 좀 소개해볼까 한다. 물론 생물학 전공자는 보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ㅠㅠ 내용의 출처는 아마 대부분 도킨스의 책들, The Planet Earth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가지 동영상, 내가 관심있어서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들...일 것이다. 혹시 아래 내가 적은 것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은 특히 도킨스의 'The Ancestor's Tale'(조상 이야기)를 읽어보기 바란다 ㅎㅎ
우선 내가 어렸을때 가장 좋아했었던 공룡에 대해서 알아낸 흥미로운 사실! 공룡은 6500만년전에 100% 다 멸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티라노사우로스나 벨로시랩터를 포함하고 있던 'Theropod'라는 종류의 공룡은 일부 살아남았다는 것이 현재 정론이다. 이들은 두 발로 보행하는 공룡들이었는데, 랩터처럼 날렵한 놈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래서 이들이 살아남았다면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 시간이 지나며 계속 진화를 거듭해서 지금의 '새'가 된것이다. 어렸을때부터 새가 공룡하고 아주 가까운 동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직계후손이라는 것은 최근에 알게 된거라 신기했다 ㅋㅋ 실제로, 옛날 쥬라기 공원 영화에서 나온 랩터의 모습이 이제는 틀렸다고 한다. 랩터는 쥬라기 공원에서처럼
이렇게 생긴게 아니라
또는
이렇게 깃털을 가진 모습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화석에서 깃털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물론, 벨로시랩터가 새의 직계 조상은 아마 아니겠지만, 저런 모습이면 충분히 새로 나중에 진화했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근데 이게 또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고 한다.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면, 분기학적으로 보았을때, "파충류"라는 단어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단순히 하기 위해 testudines는 거북이, lepidosauria는 뱀/도마뱀, crocodylia는 악어, aves는 새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면 분기학적으로는 '파충류'란 저기서 파란 부분을 전부 포함시켜야 되는데, 아뿔싸, 그럼 새도 포함되게 된다. 그렇다면 새가 파충류라고 인정을 하던가, 아니면 '파충류'를 정의할때 "새와 포유류를 제외한 모든 amniote(양막류)"라고 제외를 하는 형식으로 정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정의를 해야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파충류를 말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이 문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여지가 된다고 한다. 파충류의 정의를 바꿔서 새를 포함시켜야 할지, 아니면 분기학적으로는 이상하더라도 기존의 파충류의 의미를 살리는 정의를 해야할지...
공룡 이야기가 나온 김에 멸종. 진짜 멸종위기에 정말 가까운 동물들이 꽤 있더라. 한때 동남아 전역에 퍼져살던 자바 코뿔소는 밀렵꾼들에 의해 사냥당해서 이제 전세계에 40마리 정도 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한 종이 40마리밖에 안 남았다는게 말이 되냐고? ㅠㅠ 설곽에서 반 2개를 합친것 밖에 안되는 숫자로 살아남는게...가능한가...지금은 열심히 보호를 받고 있지만, 40마리로는 이 종이 멸종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또 원래 양쯔강에는 강에서 사는 돌고래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귀엽게 생긴:
근데 중국에서 갑자기 산업화를 막 시키다보니 얘네들이 살 곳을 점점 잃어가서...이제는 아마도 멸종했다고 한다. 근데 이게 특별히 슬픈 이유가, 마지막으로 목격된게 2007년, 불과 2년전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1997년에만 해도 50마리 밖에 안 남긴 했지만...
그리고 엊그제 뉴스에서도 나왔지만, Pinta Island Tortoise라는 거북이는...전세계에 딱 1 마리 있다고 한다. '외로운 조지'라는 이름까지 있는데, 얘가 얼마전에 다른 종의 거북이랑 짝짓기를 해서 알을 낳았다고 하더라. 물론 그래봐야 혼합된 잡종이지만, 그래도.
실제로 인간에 의해서 멸종된 동물들이 꽤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두개가 아마 도도새랑 Tasmania Tiger(혹은 Thylacine)일텐데, 한국에선 Tasmania Tiger이 잘 안 알려져 있는것 같다. 우선, (거의) 모든 포유류는 placental 포유류와 marsupial 포유류로 나뉜다. Placental 포유류는 뱃속에서 새끼를 키우다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낳는 포유류로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포유류 거의 다라고 보면 된다. Marsupial들은 새끼를 일찍 밖으로 낳은 다음에 주머니에서 키우는 포유류들로, 캥거루나 코알라 등을 포함한다. 다른 대륙에서는 marsupial들이 대부분 멸종하고 오직 호주 쪽에서만 번창했는데, 이는 호주에 placental 포유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대륙에서 placental 포유류가 하는 역할을 호주에서는 marsupial들이 하게 되었다. 즉, 다른 대륙에서는 사슴과 같은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는데, 호주에서는 그 대신 캥거루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여기서 다른 대륙에서의 늑대와 같은 포식자의 역할을 맡은게 바로 위에서 언급한 thylacine이다.
안타깝게도 이 thylacine 역시 인간에 의해서 멸종되었는데, 이것 역시 아직 100년도 안된 일이다. 마지막 thylacine은 동물원에서 1936년에 죽었다고 한다.
멕시코에는 axolotl이라는 특이한 동물이 산다. 일단 생긴것부터가 특이하다.
정말 특이하게 생겼는데, 과학자들은 얘가 무엇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도롱뇽의 새끼 올챙이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아가미 근처에 있는 장식(?)을 비롯해 여러 부분이 정말 닮았다.
물론, axolotl은 올챙이가 아니다. 도룡농으로 변태하지 않고, 저 상태로 번식하고 저 상태로 죽는다. 하지만, 분명히 닮은점은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롱뇽 역시 양서류로서, 개구리와 마찬가지로 어릴때 올챙이 모습으로 살아가다가 크면서 티록신 호르몬이 분비되며 어른 도롱뇽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어른이 되기 전에 번식을 할 수 있다면? 아니면 티록신 분비가 안 되어서 올챙이 상태로 영영 남아있으면서 번식을 한다면? 그것의 결과가 바로 저 axolotl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번식만 할 수 있으면, 진화적으로 보았을때 그 이후의 일은 중요하지 않다. Axolotl은 바로 도롱뇽의 '어른단계'가 잘라져나간 상태의 동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한번 과학자들이 실험을 해보았다. 한번 axolotl에게 티록신을 투여해본 것이다. 그러자 실제로 axolotl은 전혀 새로운 종의 도롱뇽으로 변태하였다. 근처에 사는 tiger salamander과 거의 비슷한 모양의 도롱뇽이었지만, 분명히 다른 종이었다고 한다. 난 이게 정말 신기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도킨스의 The Ancestor's Tale(조상들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동물의 어른 단계가 잘려나간 것을 neoteny라고 부른다고 한다. 근데 도킨스는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의문을 던져보는데, 인간은 어린 침팬지와 닮았다는 것이다...혹시 인간도 침팬지의 어른 단계를 잘라낸것으로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침팬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전에 Nim Chimpsky란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은 Nim Chimpsky란 이름을 가진 침팬지에 대해서인데, 이 이름은 Noam Chomsky의 이름에서 따온것이다 (영어에서 chimp는 chimpanzee의 줄임말로 자주 쓰임). 촘스키는 언어가 인간만의 고유한 산물이라고 말했다는데, 이에 대한 반박으로 침팬지도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키워진 침팬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촘스키가 정의한 엄밀한 의미의 언어에서는 Nim Chimpsky도 실패했다. 하지만 비록 문법의 엄격한 규칙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간단한 의사소통에 필요한 언어는 충분히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바로 수화로 말이다. 수화를 통해 자기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등의 의사소통 능력은 보여주었다. 실제로 Nim 이전에도 Washoe라는 이름을 가진 침팬지도 수화 능력을 가졌는데, Washoe는 합성어를 만드는 능력도 보여주었다. '오리'를 'WATER DUCK'이라고 표현하고, '화장실'은 'DIRTY GOOD'라고 표현하는 등 단어의 뜻은 잘 이해했다고 보여주는것 같다. 이처럼 침팬지들도 정말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침팬지가 인간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실험에 사용되고 있는데, 참 슬픈 일이다. 해외에서는 침팬지나 고릴라와 같이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들에게도 '일부'의 인권을 부여하자는 The Great Ape Project란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종'(Species)이란 무엇인가? 아마 모두들 종이 무엇인지 대략적인 생각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정의를 할 수 있나? 종의 엄밀한 정의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두 생물이 서로 교배를 하여 생식 능력이 있는 자손을 낳을 수 있을 때, 그 둘은 같은 종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정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무성생식을 하는 객체에 대해서는 다른 정의를 사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차피 종 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구분법이라는 것이다. 한번 시간 축으로 생각을 해보자. Homo Erectus는 아마도 현재 인류 Homo Sapiens의 직계 조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Homo Sapiens와는 너무도 달라서, 만약에 타임머신을 타고 Homo Erectus가 살던 과거로 돌아가면 아마도 인간과 교배를 해서 자손을 낳을 수는 없을 없을 것이다. 그래서 Homo Erectus를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있지만...그 Homo Erectus를 한 마리(한 명?) 타임머신에 태워서 1000년 뒤에 다시 내려놓아보자. 그럼 그 때의 Homo Erectus의 자손과는 교배가 가능할 것이다. 이제 그 시대에서 한 놈을 태워서 또 1000년 뒤에 데려놓고, 거기서 또 한 놈을 태워서 1000년 뒤에 내려놓고...이 과정을 지금 이 2009년까지 계속 반복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서로간은 교배가 가능할 것이다(안된다면 1000년보다 더 짧은 간격으로 쪼개면 된다). 그렇다면 대체 어느 시점에서 Homo Erectus는 Homo Sapiens로 변하는 것인가? 역시 무의미한 질문이다. 어차피 Homo Erectus고 Homo Sapiens고 인간이 임의로 나눈 기준이기 때문에.키가 200cm인 사람은 분명히 키가 크고, 키가 140cm인 사람은 분명히 키가 작은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그 경계선이 어디인지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종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에 중간종들은 멸종했기 때문에 현재의 종의 구분이 가능한 것이다. (140cm와 200cm 사이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면 큰 키와 작은 키가 discrete해지는 것처럼...)
자 위의 이야기를 통해 이제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동물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위에서는 시간축으로 종이 continuous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xy축, 즉 위치축에서도 종이 continuous한 예를 들어보겠다. 바로 ring species(고리 종?)이라고 불리는 놈들이다. 흔히 드는 예로 Ensantina 도롱뇽과 Larus 갈매기 두 가지가 있는데, 나는 갈매기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영국에는 Herring 갈매기라고 불리는 갈매기가 있다. 이놈들은 대서양을 건너가면서 진화를 하였는데, 진화시간이 길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여전히 서로 교류를 해서인지, 미국에 사는 American Herring 갈매기와 교배가 가능하다. 또 American Herring 갈매기는 알라스카를 통해 시베리아에 있는 Vega Herring 갈매기와 교배가 가능하고, 그 놈은 또 근처의 갈매기와 교배가 가능하고, 그 놈은 또 근처의 갈매기와 교배가 가능하고...이렇게 지구 한 바퀴를 둘러 다시 영국을 포함한 북유럽에 사는 Lesser black-backed 갈매기까지 온다. 다음 그림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서로 교배가 가능하니, 모두 같은 종으로 보는게 옳겠지? 하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위의 그림에서 화살표로 연결 된 놈들은 서로 교배가 가능하다는 의미를 가졌지만...보다시피 Herring 갈매기와 Lesser black-backed 갈매기는 서로 교배가 되지 않는다. 둘 다 영국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서로 옆의 갈매기와는 교배가 가능한데...그렇다면 얘네들을 같은 종으로 봐야하는가, 아니면 다른 종으로 보아야하는가? 위에서 말했듯이, 이것은 무의미한 질문이다. 여기서도 중간에 있는 놈들이 모두 멸종한다면, 명확한 종의 구분이 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명확한 종의 구분에 익숙한 우리가 헷갈릴 뿐이다. 종이라는 개념이 discrete한게 아니라 continuous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이 이야기는 단순해진다.